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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에서 시작해 조금씩 나만의 펜 드로잉 방식을 찾게 된 과정

by PenAndLines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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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 그리던 시기

펜 드로잉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예전보다 선도 안정되고 형태도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는데,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남는 순간입니다. 저 역시 한동안 그런 시기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일이 좋은 연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따라 그리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는지, 복잡한 형태를 어떻게 단순하게 정리하는지, 명암을 어디까지 표현하는지 직접 그려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었습니다.

결과도 이전보다 좋아 보였습니다. 비율이 맞고 선이 정리된 그림을 완성하면 분명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이상하게도 그 그림이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림 자체는 괜찮았지만, 내가 왜 이 그림을 이렇게 그리고 싶었는지에 대한 흔적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참고하여 펜 드로잉 표현 방식을 연습한 초기 모사 작업
[그림 1] 좋아하는 그림을 참고해 직접 따라 그려본 초기 작업. 모사는 선의 흐름과 형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습니다.

1. 비슷하게 그리는 것과 내 방식으로 그리는 것은 달랐습니다

그 시기의 그림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형태나 분위기는 참고한 그림과 비슷했지만, 그 안에서 제가 직접 결정한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림을 왜 좋아하는지, 어떤 선의 느낌에 끌렸는지 생각하기보다 우선 결과를 비슷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사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초보자에게는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직접 따라 그리다 보면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작가의 표현 방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부분에서 선을 반복했는지, 어디에 힘을 주었는지, 복잡한 대상을 어떤 순서로 정리했는지도 손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다만 어느 정도 반복한 뒤에는 한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얼마나 똑같이 그렸는가'보다 '내가 이 그림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부터 모사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제 그림 습관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2. 처음으로 그림을 내 방식대로 바꾸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변화는 아주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참고한 그림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제가 특히 좋다고 느낀 부분을 중심으로 다시 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그림에서는 선의 느낌이 좋았고, 어떤 그림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전체를 가능한 한 비슷하게 그리려고 했다면, 이후에는 '나는 이 그림의 어떤 부분이 좋은가'를 먼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선의 밀도를 조금 바꾸어 보기도 하고, 제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더 시간을 쓰기도 했습니다. 표현 순서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참고한 방식 그대로 시작하지 않고 제가 그리기 편한 순서로 형태를 잡아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결과가 어색했습니다. 익숙한 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판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장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재미있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전에는 그림마다 다른 사람의 방식이 더 많이 보였다면, 어느 순간부터 제가 반복하는 습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3. 반복하다 보니 내가 편하게 그리는 방식이 보였습니다

스타일을 찾아야겠다고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그림을 그리고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가 자주 하는 선택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건물의 작은 디테일을 처음부터 하나씩 따라가기보다 큰 형태와 전체적인 흐름을 먼저 잡는 편이었습니다. 풍경을 그릴 때도 화면 전체를 똑같은 밀도로 표현하기보다, 나무나 담장, 길처럼 제 마음이 오래 머무는 부분에 조금 더 시간을 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펜 선을 사용할 때도 일정한 굵기와 밀도를 유지하기보다 표현하려는 대상에 따라 선의 강약과 반복 횟수를 달리하는 방식이 제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그림은 펜 선만으로 마무리하고, 어떤 그림은 펜 드로잉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색연필을 가볍게 더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선택들은 처음부터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라고 정해놓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러 작업을 반복하면서 내가 편하게 느끼는 방식, 계속 사용하게 되는 표현, 자주 눈길이 가는 대상이 조금씩 쌓인 결과였습니다.

반복적인 펜 드로잉 작업 속에서 자신에게 편한 선과 표현 방식을 찾아가는 풍경 드로잉 예시
[그림 2] 여러 작업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드러난 나만의 표현 방식. 처음부터 정해둔 스타일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입니다.

4. 스타일은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예전에는 나만의 스타일이란 언젠가 반드시 찾아야 하는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았고,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스타일은 억지로 만들어 붙이는 것보다, 내가 반복해 온 선택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에 더 가깝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풍경에 자꾸 눈길이 가는지, 어떤 선을 사용할 때 가장 편한지, 복잡한 대상을 만났을 때 어떤 순서로 그리는지, 완성된 그림에서 무엇이 아쉬워 다시 수정하고 싶어지는지. 이런 작은 차이들이 계속 반복되면 어느 순간 그림에도 일정한 흐름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스타일을 찾기 위해 일부러 다른 그림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지금 내가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모사 이후에는 이렇게 연습해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 그리는 과정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제 방식을 조금씩 확인해 보았습니다.

① 왜 이 그림이 좋은지 먼저 생각해 보기

그림 전체를 막연히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선 때문인지 형태 때문인지, 빛과 그림자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② 그대로 따라 그린 뒤 내가 좋아하는 부분 확인하기

완성 후에는 어떤 부분을 그릴 때 가장 재미있었는지, 반대로 어떤 표현은 내게 어색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③ 다음 그림에서는 한두 가지를 내 방식으로 바꾸어 보기

한 번에 완전히 다른 그림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선의 밀도나 표현 순서처럼 작은 부분부터 바꾸어 보았습니다.

④ 여러 그림을 다시 나란히 살펴보기

몇 장의 그림을 시간이 지난 뒤 함께 보면 내가 반복하는 선과 표현 방식이 생각보다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빨리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 장의 그림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나의 습관도 여러 작업이 쌓이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6.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고, 그림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그림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풍경을 그리고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서 지금과는 또 다른 변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작업을 통해 내가 어떤 방향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 그렸던 시간도 결국 헛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선과 표현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라가면서 제가 편하게 느끼는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모사는 끝내야 할 단계라기보다, 그림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 계속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자신의 판단을 더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나의 그림이 남습니다

스타일을 빨리 찾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언제쯤 내 그림만의 특징이 생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특별한 어느 날 갑자기 나만의 방식이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따라 그리고, 직접 풍경을 그려보고, 완성된 그림을 다시 바라보며 아쉬운 부분을 생각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완벽하게 다른 그림을 그리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어떤 방식으로 그릴 때 가장 자연스러운지를 살펴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그림이 아직 서툴고 다른 사람의 영향이 보이더라도 괜찮습니다.

여러 번의 그림 속에서 반복되는 나의 선택은 결국 남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쌓여 시간이 지나 다시 그림들을 펼쳐보았을 때, 비로소 조금은 나다운 그림의 흐름으로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다른 그림을 보고 배우겠지만, 예전처럼 단순히 똑같이 그리는 데만 머무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배운 것은 배우되, 다음 그림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제 판단을 더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쌓이는 시간이야말로 나만의 펜 드로잉 방식을 만들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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