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수평선이 주는 평온함, 물치도 바다 드로잉
탁 트인 바다와 그 위에 한가로이 떠 있는 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섬의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정돈해 줍니다. 숲이나 도심 건물처럼 복잡한 요소가 많은 풍경을 그리다가 가끔 바다 풍경을 만나면, 여백이 주는 평온함 덕분에 드로잉 과정 자체도 한결 여유로워지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업은 잔잔한 물치도 바다를 배경으로, 선착장에 정박된 작은 배와 그 뒤를 지나가는 유람선,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섬을 담아낸 펜 드로잉입니다. 바다 풍경은 화면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에 자칫 단순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경, 중경, 원경의 관계를 정리하고 넓은 수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먼저 가벼운 선으로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펜으로 바다와 배, 섬의 구조를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이후 색연필을 이용해 하늘과 바다의 은은한 푸른빛을 더하고, 배의 일부에 색채를 넣어 작은 포인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넓은 수면과 선박이 어우러진 해안 풍경을 어떻게 화면에 담았는지 작업 과정을 기록해 봅니다.
1. 구도 잡기: 먼저 화면의 흐름을 정했습니다
바다 풍경을 그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넓은 수면 속에서 어디에 시선이 머물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바다와 하늘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있는 배와 선착장을 중심으로 중간 거리의 유람선, 멀리 있는 섬과 도시의 윤곽이 차례로 보이도록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이번 그림에서는 화면 아래쪽의 돌선착장과 정박된 어선을 근경으로 삼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어선은 화면에서 가장 자세하게 표현할 대상이기 때문에 배의 형태와 구조, 로프와 구명환 등의 세부 묘사에도 집중했습니다. 그 뒤쪽 바다 위에는 지나가는 유람선을 중경으로 배치하고, 가장 멀리에는 물치도와 건너편 풍경을 원경으로 두었습니다.
처음부터 세부 묘사를 시작하지 않고 가벼운 연필선으로 수평선과 주요 대상의 위치를 먼저 잡았습니다. 특히 넓은 바다에서는 수평선의 위치가 전체적인 안정감을 결정하기 때문에, 배와 섬의 위치를 정한 뒤 화면의 균형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전체 구도를 먼저 정리해 두면 이후 펜선을 넣는 과정에서도 화면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2. 펜선 표현: 잔잔한 수면과 숲의 밀도를 조절했습니다
바다 표면을 펜으로 표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선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잔잔한 바다는 강한 빗금이나 촘촘한 선보다 가볍고 짧은 수평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넣어주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수면을 모두 선으로 채우기보다 종이의 여백을 남겨두어야 오히려 물의 넓이와 잔잔함이 느껴집니다.
반대로 배경의 물치도 섬은 수면보다 조금 더 높은 밀도로 표현했습니다. 나뭇잎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그리기보다는 작은 펜 터치를 반복하면서 전체적인 숲의 덩어리를 만들었습니다. 가까운 대상은 선과 형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멀어질수록 묘사를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거리감을 조절했습니다.
선착장의 돌담 역시 모든 돌을 똑같이 그리기보다는 큰 형태와 돌 사이의 어두운 틈을 중심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근경에 위치한 돌담은 비교적 선명하게 묘사하고, 멀어지는 부분은 세부 표현을 줄여 화면의 앞뒤 관계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은 역시 앞쪽의 어선이었습니다. 배는 단순한 직선과 곡선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체의 형태와 갑판, 난간, 로프, 구명환 등 여러 구조가 겹쳐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배일수록 이런 세부적인 구조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화면의 중심이 살아난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색연필 채색: 넓은 바다에는 가볍게 색을 얹었습니다
펜 드로잉이 완성된 후에는 색연필을 이용해 바다와 하늘에 색을 더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펜선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색연필을 강하게 눌러 칠하기보다는 힘을 빼고 여러 번 얇게 겹쳐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하늘에는 연한 푸른색을 넓게 사용하고 일부에는 따뜻한 색을 아주 가볍게 더했습니다. 바다는 하늘과 완전히 같은 색으로 처리하기보다 가까운 수면으로 내려올수록 조금 더 깊은 푸른색을 쌓았습니다. 이렇게 색의 농도를 조금씩 달리하면 넓은 수면에도 자연스러운 깊이가 생깁니다.
색연필을 칠할 때 수면 전체를 빈틈없이 채우려고 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종이의 흰색과 색연필의 흔적이 함께 보이도록 가볍게 채색하면 펜 드로잉의 선이 묻히지 않으면서 물 위에 빛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면에 작은 변화를 주기 위해 근경 어선의 구명환과 일부 구조물에 주황색과 붉은색을 포인트로 사용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푸른색이 많은 그림에서 강한 색을 넓게 사용하는 대신 필요한 부분에만 조금 넣으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배로 향했습니다. 색연필을 사용할 때 모든 부분을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 한두 곳에 색을 집중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바다 풍경 펜 드로잉에서 기억할 것
- 먼저 전체 구도를 정하기: 수평선과 주요 대상의 위치를 가볍게 잡은 뒤 세부 묘사를 시작합니다.
- 거리감에 따라 선의 밀도를 조절하기: 가까운 배와 선착장은 자세하게, 멀리 있는 섬과 풍경은 단순하게 표현합니다.
- 수면은 여백을 남기기: 바다를 선으로 모두 채우기보다 짧고 가벼운 수평선을 사용해 잔잔한 느낌을 살립니다.
- 색은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기: 전체를 강하게 채색하기보다 푸른 수면을 중심으로 하고 어선의 일부에 포인트 색을 넣어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 기초적인 선 연습이나 자연 풍경 드로잉의 기본기가 궁금하시다면, 독학 펜 드로잉 전체 가이드를 참고해 보세요.
마치며: 종이 위에 여운을 남기는 바다 드로잉
바다 풍경을 그리는 작업은 복잡한 선을 계속 채워 넣는 작업이라기보다, 필요한 곳에 선을 남기고 필요한 곳에는 여백을 두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넓은 수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엇인가를 더 그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때로는 비워두는 것이 오히려 바다의 넓이와 평온함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가까운 곳의 어선과 선착장을 자세하게 그리고, 중간의 유람선과 먼 섬은 조금씩 단순화하면서 공간의 깊이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여기에 색연필을 가볍게 얹어 푸른 수면의 분위기를 만들고 작은 색채 포인트를 더했습니다.
펜 드로잉을 하면서 복잡한 풍경만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선 하나를 더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시야가 탁 트인 바다와 작은 배 한 척처럼 비교적 단순한 풍경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흑백의 펜선과 은은한 색연필만으로도 그날 바라본 바다의 분위기를 충분히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번 드로잉에서 기록한 것
물치도 바다를 배경으로 정박된 어선과 선착장, 지나가는 유람선, 멀리 보이는 섬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습니다. 먼저 가벼운 연필선으로 구도를 잡고 펜으로 형태와 질감을 정리한 뒤, 색연필로 푸른 수면과 하늘에 색을 더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어선의 일부에 주황색과 붉은색을 포인트로 넣어 차분한 바다 풍경 속에 작은 생동감을 더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