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풍경 펜 드로잉 사진 구도 재해석 기법: 화면 구성에서 선택과 생략 방법

by PenAndLines 2026. 7. 18.
반응형

들어가며 - 사진을 그대로 그렸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유

펜 드로잉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사진을 최대한 똑같이 그리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속 나무의 잎사귀 하나, 골목길의 전신주와 복잡한 전깃줄, 멀리 보이는 건물의 작은 창문까지 가능한 한 빠짐없이 종이 위에 옮기려고 했습니다. 사진과 얼마나 비슷하게 그렸는지가 곧 그림의 완성도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몇 시간씩 들여 사진을 따라 그린 그림은 이상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형태는 크게 틀리지 않았고 묘사도 부족하지 않았는데, 처음 그 풍경을 보며 느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복잡한 선들만 화면에 남았습니다. 무엇을 더 그려야 할지 고민하며 선을 계속 추가할수록 그림은 오히려 답답해졌습니다.

여러 풍경을 그리며 조금씩 깨달은 것은 사진을 참고한다는 것이 사진의 모든 것을 옮기는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펜을 들기 전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먼저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진을 풍경 펜 드로잉으로 옮길 때 제가 실제 작업에서 사용하는 선택과 생략, 그리고 화면을 다시 해석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사진을 보기 전에 먼저 주인공을 찾습니다

사진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나무와 풀, 건물과 도로, 자동차와 사람, 전신주와 간판까지 모두 실제 풍경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가 그림에서도 같은 중요도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참고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부 묘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풍경에서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 내가 가장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이 나무일 수도 있고 오래된 담장일 수도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의 깊이일 수도 있고, 햇빛을 받은 작은 꽃 한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사진 속 요소를 모두 같은 비중으로 보지 않게 됩니다. 중심이 되는 대상은 더 자세히 관찰하고, 나머지는 주제를 돕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사진 속 정보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세 가지로 나눕니다

실제 작업에서는 사진을 보며 요소를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반드시 남길 것, 줄여서 표현할 것, 과감하게 생략할 것입니다.

  • 반드시 남길 것 : 그림의 주제와 분위기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
  • 줄여서 표현할 것 : 공간감이나 상황을 설명하지만 자세한 묘사가 필요하지 않은 요소
  • 생략할 것 : 화면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주제를 방해하는 요소

예를 들어 오래된 담장과 꽃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었다면, 담장과 꽃은 반드시 남겨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건물의 창문 하나하나나 복잡하게 얽힌 전선까지 모두 중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림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선의 양을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먼저 분류해 두면 스케치를 시작한 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망설이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또한 펜 드로잉 특유의 선이 불필요하게 쌓이는 것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3. 생략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중요도를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생략하면 그림을 대충 그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렵게 발견한 풍경의 세부 요소를 일부러 빼는 것이 아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작업해 보니 생략은 단순히 대상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각 요소의 중요도를 조절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지울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대상은 형태만 간단히 남기고, 어떤 대상은 선의 밀도를 낮춰 존재감만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인공은 조금 더 많은 선과 명암을 사용해 시선이 머물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을 정리할 때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

  • 주인공 주변 : 형태와 질감을 비교적 자세히 표현
  • 주변 요소 : 선의 수와 명암을 줄여 보조적인 역할만 남김
  • 멀리 있는 요소 : 필요한 윤곽만 남기고 세부 묘사를 줄임
  • 주제를 방해하는 요소 :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다른 요소로 단순화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그렸느냐가 아니라, 남겨진 요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만들고 있는가입니다.

4. 실제 작업에서 사진을 다시 해석했던 경험

선암사의 돌담길이나 오래된 골목, 어촌마을 같은 풍경을 그릴 때 처음에는 사진에 보이는 요소를 가능한 한 많이 넣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습니다. 처음 제 마음을 끌었던 돌담과 길의 분위기보다 전신주와 전깃줄, 주변의 차량이나 인공적인 시설이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부터 사진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처음 그 풍경에서 무엇이 좋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현실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것보다 제가 느꼈던 분위기를 화면에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골목길의 벽돌 담장과 붉은 꽃을 중심으로 표현하고 주변 요소를 단순화한 펜 드로잉과 색연필 작업
최근 작업한 골목 풍경입니다. 사진 속 모든 요소를 옮기기보다 벽돌 담장과 꽃이 주는 분위기에 집중하고, 주변의 복잡한 요소는 줄이거나 생략했습니다.

이 작업에서도 화면의 모든 부분을 같은 밀도로 채우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담장과 꽃은 비교적 자세히 표현하고, 주변은 필요한 만큼만 남겨 화면을 정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의 수는 줄었지만 처음 느꼈던 풍경의 분위기를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5. 펜을 들기 전, 작은 스케치에서 한 번 더 바꿔봅니다

사진을 그대로 보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면 어느 순간 사진의 세부 정보를 따라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구도가 복잡하거나 무엇을 생략할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작은 크기로 먼저 간단한 스케치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때는 잘 그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큰 나무의 위치, 길의 흐름, 건물이나 담장의 덩어리처럼 중요한 부분만 빠르게 표시합니다. 그리고 사진에 있던 요소를 하나씩 빼보거나 크기를 줄여보면서 어떤 구성이 제가 느꼈던 분위기에 더 가까운지 살펴봅니다.

한 번 정한 사진 구도가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나무를 조금 크게 그릴 수도 있고, 길의 일부를 줄일 수도 있으며, 사진 가장자리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낼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참고 자료이고, 최종적으로 종이 위에 어떤 풍경을 만들 것인지는 그리는 사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6. 선택과 생략이 어려울 때는 이 질문부터 해봅니다

지금도 새로운 사진을 보고 작업할 때마다 무엇을 남길지 고민합니다. 특히 실제 풍경에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서 어느 하나를 포기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몇 가지 질문을 해봅니다.

  • 이 풍경에서 내가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이 요소가 없으면 그림의 분위기가 달라지는가?
  • 이 부분은 꼭 자세히 그려야 하는가?
  • 이 요소가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지는 않는가?
  • 선을 하나 더 그리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사진 속 모든 것을 옮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생략할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반복할수록 자신만의 기준이 조금씩 생깁니다.

마치며 - 사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풍경을 그립니다

펜 드로잉을 시작했을 때는 사진을 얼마나 정확하게 옮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을 보며 먼저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중심으로 나머지 요소를 어떻게 남기고 줄일지 결정합니다.

선택과 생략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같은 사진을 보고도 누군가는 나무를 그리고, 누군가는 길을 그리며, 또 다른 사람은 담장에 남은 시간의 흔적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진은 같아도 그림은 서로 달라집니다.

저 역시 지금도 그림을 완성한 뒤 돌아보며 "이 부분은 조금 덜 그렸어야 했는데" 또는 "이 요소는 남겼어야 했는데" 하고 아쉬워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업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은, 펜 드로잉에서 중요한 것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능력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진 속 풍경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에서 내가 보고 기억하고 싶었던 것을 나만의 선으로 다시 선택하는 것. 저는 그것이 풍경 펜 드로잉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