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통영 도남항 드로잉 후기. 풍경 속 여백과 선의 표현, 원근감 등 초보 드로잉 작업자가 표현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담은 여행 드로잉 후기입니다.”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조심스레 숙소 문을 열고 출발합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고요한 도심을 지나 도착한 곳은 통영 도남항. 이른 아침의 방파제는 살을 에는 듯한 바람으로 싸늘한 느낌이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은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선물입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마주한 바다는 말 그대로 ‘정적의 풍경’이었습니다. 하얀 포말 하나 없이 잔잔하게 흐르는 바다 위로 몇 척의 선박이 머물고 그 뒤로 뿌옇게 퍼진 산 능선이 바다를 조용히 감싸고 있어 묘한 감흥을 일으키게 합니다. 여행의 매력은 어쩌면 이런 순간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속 숨을 고르며 지금 이 풍경을 오롯이 느끼는 것.
드로잉 소개
이번 드로잉에서는 멀리 보이는 산과 선박을 중심 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수평선을 기준으로 한 조용한 바다, 그리고 바다 저편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산과 그 사이를 유영하는 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이렇게 되었네요. 아직 드로잉 초보임을 초보인 제가 봐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장소: 부산 통영 도남항 방파제
대상: 방파제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도구: 만년필, 라이너(0.1mm), 색연필
소요시간: 약 2시간 정도
드로잉 과정
이번 드로잉의 제일 큰 문제점은 원근감 소실입니다. 방파제에서 보는 시점은 선박, 그리고 산은 꽤 멀어 보이는데 선박의 크기와 산이 너무 크게 드로잉 되어 결과물은 모두 근거리에 있는 것처럼 스케치되었습니다. 방파제라는 높은 시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그릴 때, 거리감과 깊이를 선으로 분리해 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특히, 파도와 물결 표현도 너무 밋밋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잔잔한 바다를 담아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고요하고 정적인 느낌이 되어버렸습니다. 파도나 물결 묘사를 연습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수면의 질감을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로잉 작업은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드로잉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더라도, 그날의 기억과 분위기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만족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펜 드로잉의 매력은 '기억을 그리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선으로 그리는 입체감, 명암, 분위기. 그 어떤 기법보다도 감정이 진하게 녹아드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느낀 점과 앞으로의 개선할 점
이번 드로잉을 통해 느낀 점은 ‘구도’의 중요성입니다. 그림을 시작하기 전, 어떤 시점에서 볼 것인지, 주요 대상물은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지 미리 고민해야 원근 표현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새삼 체감합니다. 다음 작업에서는 스케치 전 작은 thumbnail 드로잉으로 구도를 연습한 후, 본 작업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한 반복적인 선, 미세한 곡선, 잔물결의 리듬감을 익히기 위해 별도로 바다 드로잉 연습도 필요함을 느낍니다.
마무리하며,
결국 펜 드로잉은 완성된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 하나를 그릴 때의 집중, 고요한 아침 공기 속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그 순간 나를 둘러싼 풍경과 감정들. 그 모든 것이 그림 안에 스며들어 있으니까요. 바쁘게 살아가던 삶 속에서 잠시 멈추고, 찬바람과 함께 바다를 마주한 이른 아침. 그때 그 풍경을 한 장의 드로잉을 통하여 ‘삶의 여유’라는 행복감으로 느께게 하니까요. 앞으로도 여행 속에서 만나는 풍경과 그날의 기분을 펜으로 기록해 나갈 계획입니다. 꼭 완벽하지 않아도 그림을 통해 순간을 기억하고,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생각합니다. 오늘도 작은 선 하나에서 시작된 나만의 이야기 한 편을 블로그에 남깁니다. 이 글이 드로잉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도,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잔잔하게나마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Tip/통영 도남항 소개
도남항은 경상남도 통영시에 위치한 항구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많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이곳은 특히 한산도, 비진도, 소매물도 등 주변 섬으로 향하는 배편이 출발하는 거점 항구로 유명합니다.도남항 주변에는 다양한 해양 레저 시설과 숙박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합니다. 또한, 인근에는 통영케이블카와 루지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위치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통영은 신선한 해산물로도 유명한데, 도남항 근처의 식당들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앙시장과 강구안 일대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남항은 통영의 해양 관광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