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슬럼프라는 이름의 벽을 마주합니다. 처음엔 즐겁기만 하던 선 긋기조차 버겁게 느껴지고, 손에 들린 펜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왜 이렇게 그려지지 않을까?" "예전엔 더 잘했는데…" 하는 자책과 실망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레 펜을 내려놓게 됩니다.
하지만 이 슬럼프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슬럼프는 내 안의 창작 습관을 되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 속에 멈춰 서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 벽을 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펜 드로잉을 하며 슬럼프에 빠졌을 때 실천해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극복 방법을 공유합니다.
1. 완벽을 내려놓고, 작은 낙서부터
드로잉 슬럼프가 찾아오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완성도에 대한 집착’입니다. 예전보다 잘 안 그려지는 것 같고, 아무리 그려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이 쉽게 멈추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선 목표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리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
이게 슬럼프 탈출의 첫 걸음입니다.
부담 없이 A4 용지에 낙서를 하듯 자유롭게 선을 긋고, 도형을 반복해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정해진 주제나 결과물이 없어야 오히려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손끝도 가벼워집니다. 5분, 10분, 짧은 시간이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다시 펜을 드는 습관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2. 평범한 것을 낯설게 그려보기
슬럼프는 창작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틈에서 생겨납니다. 우리는 늘 새롭고 멋진 걸 그리고 싶지만, 막상 그릴 소재가 없다고 느낄 때가 많죠. 그러나 자세히 보면 우리 주변엔 이미 수많은 ‘드로잉 소재’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자주 가는 동네 카페, 책상 위의 연필꽂이,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한 그루도 모두 훌륭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익숙한 대상을 조금 다른 구도로 바라보거나, 가까이 다가가 확대해서 표현해 보는 것만으로도 전혀 새로운 시선이 생깁니다.
이렇게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연습은 슬럼프를 깨고, 드로잉에 대한 흥미를 되살리는 좋은 방법입니다.
3. 실패한 드로잉도 소중한 기록
슬럼프 시기에는 그린 그림마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그림을 찢거나, 감추거나, 다시 새로 그리려고 하죠. 하지만 오히려 그 실패의 흔적 속에 다음 단계로 가는 실마리가 숨어 있습니다.
실패한 드로잉도 중요한 학습 자료입니다.
자신의 그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은 결국 꾸준한 기록에서 생깁니다. “왜 이 선이 어색할까?”, “비율이 왜 틀어졌을까?”처럼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순간, 단순히 ‘못 그린 그림’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단서’로 바뀝니다.
작은 드로잉 노트에 실패의 이유를 짧게 메모하거나, 같은 주제를 여러 번 반복해 연습하면서 개선 과정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노트는 언젠가 슬럼프를 이겨낸 당신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4. 다른 사람의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기
슬럼프에 빠지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내 그림만 보이고, 부족한 점만 더 크게 느껴지죠. 이럴 때는 타인의 드로잉을 관찰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SNS나 블로그, 드로잉 서적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냥 넘기지 말고 하나하나 선의 흐름, 구도의 배치, 여백의 활용을 분석해 보세요. 그 작가는 왜 이런 구도를 선택했을까? 왜 이 선은 두껍고, 저 선은 얇을까?
단순히 따라 그리는 ‘모방’이 아니라, 창작의 ‘관찰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관찰은 나도 모르게 내 손끝에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어 줍니다.
5. 드로잉 외 활동에서 ‘감각’ 회복하기
그림을 잘 그리는 데 필요한 것은 손의 기술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의 에너지, 감각의 생동감, 생각의 유연함이 함께할 때 비로소 그림은 살아납니다. 그런데 슬럼프에 빠지면 이 감각들이 단절되곤 합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펜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활동을 해보세요. 산책, 독서, 영화 감상, 낯선 공간에서의 시간 등이 의외로 큰 자극이 됩니다. 특히 자연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감정의 결을 회복하는 시간은 내면의 창작 에너지를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 추천하는 방법은 ‘그림일기’입니다. 하루를 돌아보며 짧은 글과 함께 간단한 드로잉을 그려보세요.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그날의 시선을 남긴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그릴 힘이 생기고, 드로잉은 다시 ‘나의 언어’로 돌아옵니다.
마무리하며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것을 ‘끝’이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슬럼프는 ‘잘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증거이며,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지금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당신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다그치는 채찍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독이는 부드러운 응원입니다.
오늘은 완벽한 그림 대신, 단 한 줄의 선이라도 그려보세요. 그 선은 어제를 지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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