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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드로잉(1) - 안개 낀 '거제도 외도'

by PenAndLines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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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외도 선착장의 고요한 풍경을 펜 드로잉으로 표현하며 느낀 감정과 표현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담은 여행 드로잉 후기입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찾은 거제도, 오늘은 외도를 방문하는 날입니다. 우리 일행이 도착한 날은 잔뜩 흐리고 간간이 이슬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탑승 후 20여분, 안개가 짙게 낀 외도 선착장은 마치 수묵화처럼 온통 뿌옇게 가려져 있었고, 섬에 가까워질수록 방파제와 선착장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색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풍경은 잿빛에 가까웠고,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사람들의 소리마저 작게 퍼질 만큼 조용한 공간, 오히려 그 덕분에 외도의 풍경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거제도 외도 선착장-펜드로잉 후 색연필 혼합

드로잉의 배경과 의도

외도 선착장을 중심으로 먼저 펜 드로잉으로 간략히 윤곽을 잡고, 색연필을 혼합해 안개 낀 풍경의 부드러움을 표현하고자 계획했습니다. 펜의 또렷한 선과 색연필의 부드러운 색감이 어우러지면 차분한 분위기를 담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결과이겠죠?. 위와 같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드로잉은 마음처럼 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그날 외도의 조용하고 아늑했던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표현 방식과 아쉬웠던 점

우선 구도 자체는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선착장을 중앙에 두고, 뒤편 언덕과 건물을 곁들여 안정적인 구성을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안개 특유의 뿌연 느낌을 강조하려다 보니, 전반적으로 톤이 너무 어두워졌다는 점입니다. 펜 드로잉 특성상 해칭(선을 반복적으로 겹쳐서 음영을 주는 기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해칭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그림 전체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묵직한 인상을 주게 되었습니다. 특히 ‘털선’이라 불리는 지저분한 짧은 선이 많이 사용된 점은 펜 드로잉 초보자로서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해칭은 빛의 방향과 면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일정하지 않거나 방향성이 없는 선들이 많아지면 형태가 뭉개지고 그림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아쉬움은 색연필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드로잉 단계에서 선을 너무 진하게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색연필의 투명한 색감이 펜 선에 묻혀 흐릿하게 표현되었고, 의도했던 ‘안개 낀 분위기의 부드러움’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강조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펜 드로잉과 색연필을 병행할 경우, 드로잉 단계에서는 선을 최대한 간결하고 연하게 유지해야 색연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업을 통해 느낀 점과 앞으로의 개선할 점

이번 드로잉을 하면서 얻은 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안개 낀 풍경처럼 흐릿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표현할 때는 선보다 여백과 공간감을 살리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둘째, 해칭이나 음영은 형태나 깊이를 강조할 때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전체적인 그림의 정돈된 인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셋째, 색연필을 함께 사용할 계획이라면 펜 드로잉 단계에서는 선의 강도와 양을 조절해 색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무리하며

그림은 단지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 오는 날, 안개 낀 선착장의 고요함은 말로는 다 담기 어렵지만, 그림으로 기록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깊이 관찰하게 되고, 표현 방법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선을 아껴 쓰는 법을 연습하고, 구도와 채색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방법에 더 집중해야겠습니다. 펜 드로잉은 선 하나로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이지만, 절제와 계획 없이는 표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이번 작업을 통해 또 다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백을 살리고, 색감이 살아 있는 드로잉으로 또 다른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TTIP/거제도 외도 여행정보

보타니아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상식물원으로, 이국적인 정원과 지중해풍 건축물이 어우러진 독특한 관광지입니다. 원래 민간인이 가꾸던 섬이었지만 지금은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나무로 꾸며져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습니다. 외도에 입장하려면 구조라항, 도장포항 등 인근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하며, 보통 왕복 약 1시간 정도의 유람선 코스가 운영됩니다. 섬 내에서는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자유 관람 시간이 주어지며,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식물과 전망 포인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유람선 요금과 별도로 있으며, 날씨와 계절에 따라 관람 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자연과 정원이 어우러진 외도는 가족 여행, 연인 데이트, 혼자 떠나는 힐링 여행지로도 추천할 만한 명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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