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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과 일상 기록

펜 드로잉을 1년 넘게 이어오며 알게 된 연습 방법과 변화

by PenAndLines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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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펜 드로잉을 1년 넘게 이어오게 될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 펜을 들었을 때의 마음은 거창하지 않았다. 잘 그리고 싶다기보다는,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 속에서 무언가라도 붙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가까웠다. 연필보다 단순한 펜이 부담 없게 느껴졌고, 스케치북 한 권과 펜 몇 자루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선은 흔들렸고, 명암은 어색했으며, 종이 위에 남은 결과물은 기대와 달랐다. 처음에는 며칠 연속으로 그리다가도 어느 순간 손이 멈췄고, 다시 펜을 드는 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그만두지 않고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잘 그린 결과보다 그리는 과정 자체가 남기는 감각 때문이었다. 이 글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펜 드로잉을 1년 넘게 이어오며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연습 방식과, 그 과정에서 생각과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차분히 정리한 기록이다. 펜 드로잉을 막 시작했거나, 혼자 연습하다가 방향을 잃은 분들에게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1년전 연습스케치
(1년전 연습 스케치) 펜 드로잉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의 연습 스케치이다. 전체 구성을 먼저 잡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요소를 따라가며 선을 쌓아 올렸고, 명암과 원근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선의 방향과 밀도가 일정하지 않다. 색을 함께 사용하며 형태를 구분하려 했지만, 펜 선의 역할과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의 연습 기록이다.
(최근에 그린 드로잉) 으로 이전 작업과 동일한 소재를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선의 방향과 밀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며 형태를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 색을 사용하기보다 해칭과 여백을 중심으로 명암을 나누었고, 건물·나무·배경의 구분을 선의 반복과 간격 차이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결과보다 연습 과정에서 정리한 선 사용 기준과 관찰 순서를실제로 적용해본 드로잉이다. 아직 기준을 더 안정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 두 그림을 비교해 보면 완성도의 차이보다, 무엇을 먼저 보고 어떤 기준으로 선을 사용했는지가 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론

1. 연습 기준을 바꾸자 지속성이 생기다

펜 드로잉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연습에 대한 기준이었다. 초반에는 한 장을 완성하지 못하면 연습이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날에는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꾸준함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연습의 기준을 ‘완성’이 아닌 ‘접촉’으로 바꾸었다. 몇 분이라도 펜을 들고 선을 긋는 것 자체를 연습으로 인정했다. 한 장을 끝내지 않아도 괜찮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날의 기록으로 남겼다. 이 작은 변화 덕분에 펜을 드는 날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자연스럽게 연습의 흐름이 이어졌다.

2. 연습 주제를 단순화하니 시작이 쉬워지다

연습을 미루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을 그릴지 결정하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막연한 고민은 곧 부담으로 이어졌고, 결국 연습을 건너뛰게 만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습 주제를 최대한 단순하게 나누기 시작했다.

하루는 선긋기만, 하루는 창문만, 하루는 나무줄기만, 또 다른 날은 건물의 외곽선만 반복해서 그렸다. 주제가 명확해지자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방식은 특히 초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부담 없이 연습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3. 정체기를 넘기며 관찰의 중요성을 알다

몇 개월이 지나자 눈에 띄는 성장이 느껴지지 않는 시기가 찾아왔다. 이 시기에는 아무리 그려도 발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의욕이 떨어지기 쉽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을 했고, 혼자 연습하는 방식의 한계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른 작가들의 펜 드로잉을 의식적으로 따라 그리며 관찰하는 일이었다.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을 넘어, 선의 시작과 끝, 명암의 밀도, 여백의 사용 방식을 유심히 살폈다. 이렇게 관찰하는 연습을 병행하자, 손보다 먼저 보는 눈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후의 연습 방향도 조금씩 정리되었다.

4. 실력보다 먼저 달라진 그림을 대하는 태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그림 실력보다도 그림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연습 자체를 부정했고, 실패한 그림은 의미 없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반복된 연습과 기록을 통해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흔들린 선과 어색한 명암도 그날의 상태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받아들인다. 잘 그린 그림보다 오늘도 펜을 들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고,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펜 드로잉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게 만든 핵심 요인이 되었다.

5. 그리지 않는 날도 연습의 일부가 되다

한동안은 하루라도 쉬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경험상 이 방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직접 그리는 날, 다른 그림을 보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날을 자연스럽게 구분한다.

이렇게 리듬을 나누자 펜 드로잉은 의무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쉬는 날조차 다음 연습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는 장기적인 꾸준함으로 이어졌다.

결론

펜 드로잉을 1년 넘게 이어오며 확실히 알게 된 점이 있다. 잘 그리는 사람보다, 결국 남는 사람은 계속 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실력은 일정한 속도로 오르지 않지만, 기록은 분명히 쌓인다. 그리고 그 기록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블로그는 빠른 결과나 정답을 제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습해 온 과정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을 차분히 기록하는 공간이다. 앞으로도 이곳에는 완성된 그림뿐 아니라 연습의 흔적과 생각의 변화들이 함께 남게 될 것이다. 

펜 드로잉을 시작하려는 분들, 혹은 잠시 멈춰 서 있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선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선을 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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