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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연습 기록

펜 드로잉 질감 표현법: 나무, 벽돌, 바위의 질감을 살리는 선의 미학

by PenAndLines 202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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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선 한 자루로 세상의 모든 촉감을 기록하다

펜 드로잉의 진정한 묘미는 검은 잉크 하나로 차가운 금속의 매끄러움부터 고목의 거친 피부까지, 세상의 모든 '촉감'을 번역해 내는 데 있습니다. 채색 없이 오직 선의 굵기와 간격, 그리고 형태만으로 사물의 성질을 구현하는 과정은 마치 종이 위에 새로운 세계를 조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초보 단계에서 형태를 잡는 법을 익혔다면, 그다음 마주하는 숙제는 "어떻게 하면 이 그림이 진짜 나무처럼 보일까?" 하는 질감의 문제입니다. 질감 표현이 결여된 드로잉은 자칫 딱딱한 도면처럼 보이기 쉽지만, 적절한 텍스처가 가미된 드로잉은 관람객의 눈뿐만 아니라 손끝의 감각까지 자극하는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오늘은 펜 드로잉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도 정복하기 까다로운 세 가지 소재—나무, 벽돌, 바위—의 질감을 살리는 선의 미학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수만 번의 선을 그으며 체득한 저만의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1. 나무(Wood): 유기적인 선으로 그리는 시간의 흔적

나무는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소재인 동시에 가장 복잡한 질감을 가졌습니다. 나무를 그릴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나이테나 껍질의 무늬를 너무 규칙적으로 그리는 것입니다. 자연물은 결코 완벽한 대칭이나 직선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 나무 껍질 표현의 핵심 전략:

            • 불규칙한 수직선의 활용: 나무의 기둥을 따라 위아래로 선을 긋되, 길이를 다르게 하고 중간중간 선을 끊어주어 거친 굴곡을 표현합니다.
            • '옹이'를 포인트로 활용: 나무의 중심이나 가지가 뻗어 나온 자리에 소용돌이 모양의 옹이를 배치하면 시선이 집중되는 시각적 재미를 줍니다.
            • 그림자의 깊이: 껍질의 갈라진 틈 사이에는 0.05mm 펜으로 아주 촘촘한 해칭을 넣어 깊이감을 더하십시오. 이 작은 어둠이 나무를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펜 드로잉 나무 질감 표현
(이미지 1) "딱따구리가 앉아 있는 고목의 거친 표면을 세밀한 필치로 표현한 예시
목재 가구와 같은 가공된 나무를 그릴 때는 반대로 '긴 호흡의 선'이 중요합니다. 나뭇결을 따라 길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을 사용하되, 결이 바뀌는 부분에서만 살짝 꺾어주면 매끄러운 원목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낼 수 있습니다.

2. 벽돌(Brick): 규칙 속의 불규칙이 만드는 빈티지 감성

건축 드로잉의 필수 요소인 벽돌은 자칫하면 그림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소재입니다. 수많은 벽돌을 하나하나 똑같은 크기로 그리는 것은 드로잉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벽돌 전체'가 아니라 '세월의 흔적'입니다.

✅ 벽돌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3단계 법칙:
첫째, 모든 벽돌의 테두리를 그리지 마십시오. 빛이 강하게 닿는 부분은 테두리를 생략하고, 어두운 부분 위주로 벽돌의 윤곽을 잡습니다. 둘째, 벽돌의 모서리를 살짝 깨뜨려 표현하십시오. 완벽한 직사각형보다 살짝 깎여 나간 모서리가 훨씬 인간미 있고 사실적입니다. 셋째, '점묘(Stippling)'를 섞어주십시오. 벽돌 특유의 꺼끌꺼끌한 표면을 표현하는 데 미세한 점 몇 개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Tip: 줄눈(Grout)의 마법

벽돌 사이의 틈인 줄눈을 너무 선명하게 그리면 바둑판처럼 보입니다. 줄눈 부분에 옅은 그림자를 넣어 벽돌이 앞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3. 바위(Rock): 묵직한 무게감과 날카로운 면 처리

바위 드로잉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면(Plane)'입니다. 바위는 둥글기보다 여러 개의 면이 깎여 만들어진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곡선보다는 강단 있는 직선을 사용하여 바위의 '각'을 세워주는 것이 좋습니다.

 

바위의 거친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크로스 해칭'을 과감하게 사용하십시오. 한 방향으로만 긋는 해칭보다 여러 방향으로 겹쳐진 선들이 바위 특유의 단단하고 불규칙한 밀도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바위 아랫부분이나 바위끼리 맞닿는 부분은 0.5mm 이상의 굵은 펜을 사용하여 확실한 어둠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이 어둠이 확보되어야 바위가 종이 위에 묵직하게 안착된 느낌을 줍니다.

바위산 펜화 묘사
(이미지 2) 날카로운 면 처리와 크로스 해칭의 예시

4. 필압과 선의 강약이 만드는 텍스처의 완성

어떤 질감을 그리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마스터 팁은 **'필압의 변화'**입니다. 펜 드로잉 입문자들은 보통 일정한 힘으로 선을 긋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질감 표현을 잘하려면 선 하나 안에서도 시작은 강하게, 끝은 가늘게 뽑아내거나 의도적으로 손을 떨며 거친 선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 빠른 선(Speed line): 멀리 있는 배경의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할 때 적합합니다.
  • 느리고 거친 선(Staccato line): 가까이 있는 물체나 강조하고 싶은 거친 표면에 사용합니다.
  • 점과 짧은 선의 조합: 마모된 표면이나 이끼가 낀 바닥을 표현할 때 유용합니다.

✅ 독학자를 위한 '질감 마스터' 연습법

  1. 텍스처 박스 만들기: 가로세로 5cm의 사각형 6개를 그리고, 각각 '부드러운 천, 거친 나무, 차가운 돌, 매끄러운 유리, 녹슨 금속, 벽돌'의 느낌만으로 채워보십시오.
  2. 실물 사진 관찰 드로잉: 사진을 한 장 골라 형태를 무시하고 오직 '표면의 어두운 구멍'들만 찾아 점과 선으로 옮겨보는 연습을 하십시오.
  3. 확대 드로잉: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를 가져와서 마치 커다란 바위인 것처럼 확대해서 그 질감을 묘사해 보십시오.

마치며: 결국 질감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펜으로 그리는 모든 질감은 결국 우리가 그 대상을 얼마나 깊이 있게 관찰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나무를 그린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수십 년의 비바람을 견딘 거친 나무껍질의 골을 기록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상을 바라보십시오.

질감 표현은 처음엔 막막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고단한 선들이 모여 종이 위에 입체감을 불어넣는 순간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오늘 배운 세 가지 소재의 원리를 기억하며, 여러분의 다음 드로잉에는 사물의 숨결과 촉감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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