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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연습 기록

펜 드로잉 풍경 작업 과정: 스케치부터 완성까지

by PenAndLines 2026.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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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주변 풍경을 펜 드로잉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처럼 빠르게 장면을 남기는 방법도 좋지만, 펜 드로잉은 조금 더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게 만드는 기록 방식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선을 하나씩 쌓아가며 풍경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넘어, 제가 바라보는 풍경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만듭니다. 특히 이번 갯벌 풍경 드로잉 작업에서는 펜 드로잉의 특징인 지울 수 없다는 긴장감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선의 밀도와 질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작업 동기: 선으로 완성하는 공간의 깊이

풍경 드로잉을 시작할 때 제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이 평면적인 공간을 입체적인 깊이로 표현할 것인가'입니다. 갯벌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물길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시간이 흐르며 깎인 둑의 경사면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무궁무진한 질감의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수로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화면의 중심축으로 삼은 것은 관찰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습니다. 화면 왼쪽 하단에 배치한 작은 배는 그 광활한 공간 속에서 시각적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배가 없는 풍경이 자칫 공허해 보일 수 있다면, 배를 배치함으로써 전체 화면에 이야기가 생기고 풍경의 균형이 단단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2. 초기 스케치: 밑그림은 여백을 향한 예의

드로잉의 첫 단계인 연필 스케치는 완성된 그림에서는 거의 흔적조차 남지 않지만, 전체 드로잉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디테일보다는 화면 전체의 '공간 흐름'을 확인하는 데 집중합니다. 수로가 어떻게 꺾여 들어오는지, 둑의 기울기는 어떠한지, 그리고 배는 어디에 놓여야 가장 안정적인지를 봅니다.

화면 전체의 '공간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
(이미지 1) 초기 스케치입니다.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덩어리로 구분했습니다.

 

특히 수로의 곡선은 그림 전체의 율동감을 결정합니다. 초기 스케치를 너무 진하게 하면 펜 선이 깔끔하게 올라가지 않으므로, 최대한 가볍게 긋습니다. 이 단계에서 구도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하면, 펜을 든 이후의 작업은 훨씬 속도감이 붙고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3. 펜의 속도: 형태를 정립하고 명암을 쌓다

연필 선 위에 펜 선이 올라가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됩니다. 코픽 멀티라이너 0.03의 가느다란 펜 끝으로 둑의 윤곽선과 배의 구조를 하나씩 따라갑니다. 펜 드로잉의 매력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옵니다. 그래서 한 선, 한 선 그을 때마다 대상의 형태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쌓여 관찰력은 극대화됩니다.

펜 드로잉 풍경 중간 작업 과정
(이미지 2) 펜으로 주요 형태를 잡고 명암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이제 명암을 넣을 차례입니다. 펜 드로잉은 오직 '선'으로만 밝고 어둠을 표현해야 합니다. 가까운 지면은 선의 밀도를 높여 묵직하게 누르고, 멀리 있는 산이나 하늘은 가벼운 해칭으로 처리하여 원근감을 부여합니다. 갯벌 특유의 거친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선들을 교차시키며 톤을 쌓아 올렸습니다. 선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그림의 결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완성: 마침표를 찍으며

마지막 단계는 전체 화면의 밸런스를 확인하며,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보완하는 일입니다. 배의 어두운 부분에 선을 좀 더 촘촘히 보태어 입체감을 더하고, 수로에 비친 빛의 흐름을 마지막으로 정리합니다. 완성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날 갯벌에서 느꼈던 바람의 서늘함과 정적, 그리고 수로를 따라 흐르던 시간의 감각이 떠오릅니다.

갯벌 풀경 최종 결과물
(이미지 3) 갯벌 풍경 최종 결과물입니다.

 

펜 한 자루와 종이 한 장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을 이렇게 다르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선이 조금 비뚤어져도 그 자체로 제 시선이 머문 흔적이 됩니다. 반복적인 선 작업으로 얻어지는 미묘한 톤의 차이는, 어떤 화려한 물감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펜 드로잉만의 고유한 매력입니다.

작은 스케치북 한 권을 채워가는 이 여정은 저에게 아주 큰 위로이자 성장의 기록입니다. 오늘 제가 기록한 이 갯벌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펜 드로잉을 시작할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도 주변의 일상 풍경을 자신만의 선으로 기록해 보세요. 그 기록들이 모여 여러분만의 소중한 아카이브가 될 것입니다. 다음에도 더 깊이 있는 풍경 기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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