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펜 드로잉을 하다 보면 선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데, 그림이 어딘가 밋밋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형태는 맞는 것 같은데 입체감이 부족하거나, 재질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 역시 초반에는 명암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 몰라 선을 겹쳐 그리다 오히려 화면이 지저분해진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해칭(Hatching)과 크로스 해칭(Cross-hatching)입니다. 이 두 기법은 펜 드로잉에서 음영과 질감을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표현의 깊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선의 방향, 간격, 겹침 방식만 달라져도 같은 대상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보이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해칭과 크로스 해칭을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드로잉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초 개념부터 단계별 연습 방법, 자주 겪는 시행착오와 개선 팁까지 정리해, 펜 드로잉의 표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1. 해칭(Hatching)의 기본: 선의 간격과 방향성 이해
해칭은 같은 방향의 선을 반복해서 그려 명암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선의 굵기보다는 밀도와 간격이 관건입니다. 빛이 닿는 부분은 간격을 넓게, 어두운 부분은 간격을 좁히거나 선을 촘촘히 그려 어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기둥을 그릴 때, 빛이 비치는 부분은 거의 해칭 없이 두고, 그림자 방향으로 갈수록 선을 겹치게 하면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해칭은 대상을 단순화시켜 ‘톤 값’으로 나누는 훈련이기 때문에, 기초 드로잉에서 관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2. 크로스 해칭(Cross-hatching): 깊이감 있는 표현의 핵심
크로스 해칭은 해칭 위에 교차되는 선을 더해 더욱 진한 명암과 복합적인 질감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기본 해칭 위에 45도 또는 90도 각도로 선을 겹쳐 그리며, 각기 다른 방향의 선이 교차하면서 깊이감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동그란 사과를 표현할 때, 첫 번째는 곡면에 따라 부드러운 해칭을 넣고, 그 위에 반대 방향의 선을 얹어 무게감 있는 음영을 줄 수 있습니다. 크로스 해칭은 단순히 진한 명암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대상의 재질과 표면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고급 기법입니다.
3. 선의 성격으로 질감 표현하기
해칭은 선의 속성과 배열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친 나무질감은 불규칙한 길이의 선과 방향의 변화로, 금속 질감은 일정한 간격과 곧은 선을 이용하면 표현할 수 있죠.
- 천 재질: 곡선을 따라 해칭을 넣어 부드러운 주름 느낌 표현
- 돌, 벽돌: 불규칙하고 각진 해칭 조합
- 피부 질감: 가는 선의 크로스 해칭과 점묘법을 병용
중요한 것은 소재마다 선의 감도와 배열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전에서는 참고사진을 보고 질감의 방향과 농도를 스케치로 테스트한 후 작업에 들어가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4. 연습 루틴: 해칭 마스터를 위한 실전 팁
다음은 해칭과 크로스 해칭을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는 실전 루틴입니다.
- 기초 선 연습: 직선, 곡선, 굵기 조절, 간격 조절을 매일 5분씩
- 톤 스케일 만들기: 같은 크기의 정사각형에 점차 농도를 변화시켜 선을 채우는 연습
- 기하학적 도형 표현: 구, 원기둥, 원뿔 등에 해칭으로 입체감 표현
- 실제 사물 드로잉: 컵, 과일, 손 등 일상 사물을 해칭/크로스 해칭으로 표현
일정한 속도로 선을 긋고, 손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단순하지만 꾸준한 훈련만이 해칭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5. 전문가의 터치 분석
유명 펜 드로잉 작가 중에는 해칭과 크로스 해칭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랭크 쇼우(Frank Ching)은 건축적 형태와 해칭의 조화를 통해 정확하고 구조적인 느낌을, 제임스 진(James Jean)은 감성적인 일러스트 속에 섬세한 해칭을 녹여 몰입감 있는 화면을 완성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해칭이 단순한 음영이 아니라 그림의 감정과 무드를 만드는 장치라는 점입니다. 그림의 분위기에 따라 해칭을 날카롭게, 혹은 부드럽게 조절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전문가의 길입니다.
6. 크로스 해칭 응용 예: 도시 풍경 드로잉
도시 드로잉에서는 건축물의 벽면, 그림자, 질감을 표현하는 데 크로스 해칭이 자주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벽돌 건물은 수직·수평 선으로 해칭 후, 45도 교차선을 겹쳐주면 낡은 느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카페 내부는 해칭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나, 크로스 해칭을 반복적으로 쌓으면 공간의 무게감과 조명이 만들어집니다. 이렇듯 대상의 구조와 빛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을 적절히 배치하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7. 주의할 점: 해칭의 오용과 반복 오류
해칭은 아무렇게나 반복하면 혼란스럽고 더러운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래를 유념하세요.
- 선의 방향을 너무 자주 바꾸지 말 것
- 선 사이 간격을 유지하여 번짐 방지
- 명암 대비를 무리하게 넣지 말고, 점차적으로 표현
- 완성 후 불필요한 선은 지우거나 정리
특히 초보자의 경우, 해칭을 할수록 어둡게 된다는 이유로 과도한 중첩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절한 단계에서 멈추고, 명암 흐름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를 기르세요.
결론
해칭과 크로스 해칭은 단순히 화면을 채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빛을 관찰하고 선으로 해석하는 훈련 과정입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선의 방향과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입체감과 질감의 완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이 기법을 의식하며 연습하기 시작한 이후, 명암 표현에 대한 고민이 한결 정리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을 많이 긋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방향으로 긋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반복하기보다 빛의 흐름을 먼저 관찰하고, 필요한 만큼만 선을 쌓아가는 연습이 해칭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감각은 특정 펜이나 종이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응용할 수 있는 기본기가 됩니다.
오늘은 복잡한 그림 대신 단순한 도형 하나를 놓고 해칭 연습을 해보세요. 작은 연습이 쌓이면서, 펜 드로잉의 표현력과 완성도는 자연스럽게 한 단계 더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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