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모사만 하던 시기
드로잉을 어느 정도 계속하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분명히 예전보다 잘 그리게 된 것 같은데, 정작 내 그림을 보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순간입니다. 저 역시 한동안 그런 시기를 겪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면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비율도 맞고, 선도 정리되어 있었고, 완성도도 이전보다 좋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괜찮았지만, 그 그림이 ‘내 그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그렸지만 남지 않았던 이유
그 시기의 그림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분명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완성도가 있었지만,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저는 ‘잘 그리는 방법’을 따라가고 있었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략할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을 어디에 남기고 어디를 비울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덜어낼지에 대한 선택이 없었습니다. 결국 그림은 완성되지만, 기억에 남는 요소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처음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
변화는 아주 작은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일부러 덜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보이는 것을 모두 그리는 대신, 꼭 필요한 선만 남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오히려 더 어색했습니다. 비어 있는 부분이 많아 불안했고, 덜 그린 그림이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몇 장을 더 그리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보다 그림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선이 줄어들었는데도 오히려 강조되는 부분이 분명해졌고, 그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복 속에서 드러난 나의 방식
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같은 방식을 반복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을 그리기보다, 필요한 것만 남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건물의 모든 디테일을 그리기보다는 큰 형태와 그림자 쪽을 먼저 잡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선을 일정하게 유지하기보다는 일부러 강약을 주는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선택들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림에서 비슷한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스타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더 잘 그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스타일은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선택들이 반복되면서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선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생략하는지, 어떤 대상을 계속 그리고 싶은지, 어떤 분위기가 편하게 느껴지는지.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그 흐름이 바로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리한 핵심 포인트
모사 위주의 드로잉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변화는 ‘무엇을 그대로 따라 그릴지’보다 ‘무엇을 남기고 생략할지’를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비슷하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모든 디테일을 표현하려 하기보다, 전체 구조를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방식이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을 줄이는 대신 강조할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모사 단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체 구조 먼저 보기’, ‘필요한 선만 남기기’, ‘반복되는 선택 인식하기’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마치며: 반복은 결국 남습니다
스타일을 빨리 찾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스타일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반복해 온 선택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그리려고 하기보다, 나에게 편한 방식을 조금 더 반복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그리고 있는 방식이 서툴러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 반복이 쌓이면서, 결국에는 ‘나의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형태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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