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도구라는 거대한 함정
펜 드로잉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제 책상 위는 온갖 종류의 필기구로 가득했습니다. 화방에 가면 펜의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고, 결국 가장 평점이 높고 전문가들이 추천한다는 제품들을 하나씩 사 모으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펜을 고르는 그 시간에 그냥 하나 골라서 계속 그렸으면 더 빨리 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도구는 제 실력을 높여주는 도우미라기보다, 오히려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늘리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펜을 써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손에 남는 도구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기준으로, 실제로 계속 쓰게 된 도구들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라이너: 4종 비교 끝에 정착한 '나만의 원픽'
스테들러, 마이크론, 윈저앤뉴튼, 코픽 멀티라이너까지 유명하다는 라이너는 대부분 사용해봤습니다. 각각의 장점이 분명했지만, 결국 꾸준히 손이 가는 펜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외출할 때 하나만 챙긴다면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0.3mm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선이 일정하고, 잉크 흐름이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도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펜을 조금 세게 누르는 습관이 있는데, 이 펜은 1년 가까이 사용해도 촉이 크게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안정감이 결국 가장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다른 펜을 찾아보다가, 결국 다시 이 펜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4가지 라이너를 번갈아 쓰면서 알게 된, 펜 드로잉 선의 차이

2. 볼펜: 실수를 통해 배우는 필압의 연습 도구
처음에는 볼펜을 드로잉 도구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리다 보니, 가장 연습에 도움이 되었던 도구 중 하나였습니다.
볼펜은 필압에 따라 선의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명암 연습이 됩니다. 힘을 주면 진해지고, 힘을 빼면 흐려지는 과정이 손에 익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중간에 잉크가 뭉치는 경우가 있는데, 한 번 나오면 그림 흐름이 깨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옆에 종이를 하나 두고, 중간중간 펜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작은 습관 하나로 실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3. 만년필: 익숙해진 뒤에야 느껴진 매력
만년필은 처음 사용할 때 기대가 컸던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잉크 번짐 때문에 그림을 망친 적도 있었고, 관리도 생각보다 번거로웠습니다.
한 번은 수채화와 함께 사용했다가 선이 번져서 그림을 다시 그린 적도 있습니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 집에서 차분히 작업할 때만 사용합니다. 도구를 이해하고 나니 그때서야 만년필의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정리: 다시 시작한다면 이렇게 선택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다시 시작한다면 훨씬 단순하게 시작할 것 같습니다.
- 처음: 라이너 0.1, 0.3
- 연습: 볼펜
- 익숙해지면: 만년필
처음부터 좋은 도구를 찾기보다,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더 중요했습니다.
다음 단계 추천 글
☞ 이제 도구를 정하셨나요? 그럼 흔들리는 선을 잡아주는 15분 연습 방법을 통해, 방금 고른 그 펜과 가장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세요.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선이 자꾸 흔들리던 시기, 제가 매일 했던 15분 연습 방법
'도구 및 자료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첫 번째 스케치북 완주: 30장의 기록이 바꾼 일상과 입문자용 드로잉 노트 추천 (0) | 2026.03.05 |
|---|---|
| 4가지 라이너를 번갈아 쓰면서 알게 된, 펜 드로잉 선의 차이 (0) | 2026.02.27 |
| 언제 어디서든 선을 긋다: 나만의 펜 드로잉 파우치와 필수 장비 가이드 (0) | 2026.02.23 |
| 펜을 바꿔도 그림이 제자리라면? 제가 직접 겪고 바꾼 종이 이야기 (0) | 2025.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