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잘 그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펜을 잡다
솔직히 처음 펜을 잡았을 때, '명작'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포부는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는 느낌 속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붙잡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가까웠죠. 연필보다 단순하고, 스케치북 한 권과 펜 몇 자루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선은 제멋대로 흔들렸고, 명암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며칠 그리고 나면 번아웃이 왔고, 다시 펜을 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1년 넘게 펜 드로잉을 놓지 못했던 건, 결과물보다 그리는 과정 자체가 주는 묘한 '감각'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은 화려한 결과물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1년 넘게 펜 드로잉을 이어오며 실제로 제게 큰 변화를 가져다준 연습 방법들과, 그 과정에서 제 생각과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입니다. 혹시 지금, 저처럼 펜 드로잉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면, 저의 경험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 1년 전, 저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비교 분석)
1년 전 연습 스케치 (아래 사진: 1년 전 그림) 이 그림을 보면, 저는 '눈에 보이는 대로'만 그리고 있었습니다. 선의 방향, 명암의 밀도, 심지어 색을 섞어 형태를 구분하려 했던 시도에서도 펜이라는 도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죠. 명확한 기준 없이, 그저 보이는 대로 선을 쌓아 올리기만 했습니다.

최근에 그린 드로잉 (아래 사진) 의 가장 큰 변화는 '의도'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이제 저는 선의 방향과 밀도를 조절해 입체감을 표현하고, 해칭과 여백을 활용해 명암을 나누는 것을 시도합니다. 색 대신 선의 반복과 간격으로 배경과 사물을 구분하려 애쓰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무엇을 먼저 보고, 어떤 기준으로 선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 결론적으로, 완성도의 차이보다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훨씬 컸습니다.
2. 1년 동안 제가 바꾼 3가지 연습 방식
1. '완성' 대신 '접촉'에 의미를 두다 처음에는 한 장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면 실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으면 아예 펜을 들지 않았죠.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꾸준함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습의 기준을 '완성'에서 '접촉'으로 바꿨습니다. 하루 5분이든 10분이든, 펜을 들고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 자체를 '성공'으로 여겼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도, 그날의 '기록'으로 남겼죠. 이 작은 변화 덕분에 펜을 잡는 날이 훨씬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드로잉의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2. '무엇을 그릴까?' 고민 대신 '단순화'를 택하다 연습을 미루게 되는 가장 큰 이유, 바로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연함이었습니다. 이 고민은 곧 부담으로 이어졌죠. 해결책은 '연습 주제를 극도로 단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선 긋기', 내일은 '창문 모양', 모레는 '나무줄기'만 반복해서 그렸습니다. 주제가 명확해지니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펜을 잡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특히 처음 드로잉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부담 없이 연습을 이어갈 수 있게 돕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 '따라 그리기'를 통해 '보는 눈'을 키우다 몇 달간 혼자 연습하다 보니,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발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의욕이 바닥을 쳤죠. 이때 저를 구원해 준 것은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며 따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 시작과 끝, 명암의 밀도, 여백의 활용 방식을 끊임없이 질문하며 그렸습니다. 이 '관찰하는 연습'을 통해 제 손이 먼저 바뀌기보다, 제 '보는 눈'이 먼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3. 1년 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태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림 실력보다 더 크게 변한 것은, 그림을 대하는 제 태도였습니다. 예전에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그림 자체를 실패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기록하고 연습하면서, 이제는 제 그림 속의 흔들린 선 하나, 어색한 명암마저도 '그날의 나'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잘 그린 그림보다, '오늘도 펜을 들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1년 넘게 드로잉을 이어오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확신합니다.
마치며: 결국, 계속 그리는 사람이 이긴다
1년 넘게 펜 드로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입니다. "결과보다 과정, 완성보다 꾸준함"입니다. 실력은 직선적으로 늘지 않지만, 쌓이는 기록들은 분명히 변화를 만듭니다.
이 글은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시행착오와 성장의 흔적을 공유하며, 혹시나 길을 잃은 분들에게 작은 등대가 되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당신의 펜 끝이 조금 흔들리고 있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선을 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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